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수초 어항 도전기

아마도전기 2024. 3. 5. 11:00

 

나의 첫 아쿠아리움

 
어릴적 우리 집에는 3자 정도 되는 크기의 어항이 있었다. 그 속에는 아버지와 함께 시골 냇가에서 잡은 작은 물고기들이 들어있었다. 물론 큰 물고기들은 요리해 먹었다. 종류도 다양했던 걸로 기억한다. 아버지가 삶아 드시려고 잡아놓은 다슬기도 몇 마리 넣고, 어머니가 추어탕 하려고 사온 미꾸라지도 몰래 한 두개 빼내어 넣곤 했다. 또한 산속에서 잡은 올챙이들과 도롱뇽도 넣었다. 하지만 결국 남는 물고기는 피래미들 뿐이었다. 물고기들이 죽으면 냇가에 가서 또 잡아 넣고를 반복했다. 물론 어항 관리는 아버지가 했을 것이다.

어릴적 집에 어항이 있었던 것은 나의 유년 시절 좋은 추억 중 하나다. 15년이 지난 지금, 다시 어항을 가지고 싶었다. 이번에는 물고기들 죽이지 않고 잘 키워보겠다고 다짐하면서. 오랜 공백은 있지만, 어린 시절 좋은 추억을 어어나갈 수 있는 도전이 되길 바란다.


재료들을 모으다

 

캐나다는 한국보다 물가가 비싸기에 일단은 중고 시작해보는 것으로 아내를 설득한다.

우리 동내에서 중고 거래가 가장 활발한 사이트인 used victoria에서 네고를 해 이 모든 것을 $40 주고 샀다. 

중고 물품 테스트 중이다. 중고 탱크에 기스가 정말 많았다. 잘 살펴봤어야 하는 건데. 밤 늦게 중고 거래를 하는게 아니었다. 다행히 물은 새지 않는다.

첫 도전이니 만큼 쉬운 수초 위주로 식재할 예정이다. 물론 로탈라 그린이 쉬운 수초는 아니지만, 화학 이탄을 공급할 것이기 때문에 하나 정도의 중급 수초는 도전해 볼 만 하다고 생각했다.  

산책하면서 주워 온 유목 위에다 모스를 놓고 실로 감아주었다. 자연스럽게 자라길 기대하면서.

로탈라 그린은 상태가 영 좋지 않다. 잘 자랄 수 있을지 모르겠다.

수초와 생물을 넣다


수초를 조심스럽게 식재해본다. 이 흐물텅한 것들이 잘 자랄 수 있을지 의문이다.

중고 사이트에서 $25불 주고 산 말레이시안 우드를 10 갤런 수조에 넣으니 꽉찬다. 바닥제는 아쿠아 소일만 사용했다. 
아마존에서 구매한 화학 이탄도 넣어준다.

물을 채워주고 1주일간은 매일 50% 정도 환수를 해주었다. 며칠이 지났지만 여전히 형편없어 보인다. 

결국에 로탈라 그린은 다 녹았다. 그 사이에 부상 수초인 물배추와 체리 새우 6마리 그리고 자객 달팽이 3마리를 넣어주었다. 그리고 중고 사이트에서 무료로 분양 받은 네온 테트라 3마리와 루비 테트라 2마리도 넣어주었다.

새로운 장비를 구입하다


첫 아쿠아리움에 가능하면 돈을 많이 안 쓰려고 했지만, 생물들이 사는 공간이라 신경이 계속 쓰였기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물품들을 더 구매했다.

사실 이 중고 어항 모서리에 데미지가 있었다. 물이 새지 않길래 셋팅은 했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불안했다. 

 
그래서 근처 수족관에서 같은 사이즈의 어항을 샀다. 그 김에 로탈라 하라도 같이 구입하였다.

 
초보자인 나에게 어항을 교체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요구했다. 정신이 없어서 사진 한 장 못 남겼다.
 
다행히도 이번엔 건강한 로탈라를 구입한 것 같다. 

 

테무에서 구입한 걸이식 여과기

기존에 있던 여과기는 공간을 많이 차지했고, 뚜껑에 달린 조명도 빛 세기가 충분하지 않다고 느껴져 테무에서 유막제거 기능까지 있는 여과기와 가성비 있다고 판단되는 조명을 주문했다. 

처음으로 테무에서 물건을 주문해보았는데, 대만족이다. 수초들과 물고기들이 잘 자라길 바란다.

셋팅이 끝나고


물이 잘 잡힌 것 같다. 물도 맑아지고 생물들도 건강해 보인다.

그 사이에 새우가 알을 가졌다.

자객 달팽이도 여기 저기 알을 붙히고 다녔다. 생물들이 잘 적응한 것 같아 기쁘다. 잘 태어나길 바란다.
 

피그미 코리도라스와 오토싱 캣피쉬도 데리고 왔다. 피그미 코리도라스와 오토싱도 스쿨링 피쉬라 최소 6마리는 있어야 안정감을 느끼고 잘 살아간다고 하는데 나는 수조가 좁아 할 수 없이 각각 두 마리씩만 데려왔다. 적응을 잘 하지 못할까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코리들은 첫 날 부터 바로 적응을 한 것 같아 보였다. 하지만 오토싱들은 수족관에서 오랜 굶주림으로 지쳐서인지 움직임이 둔했다. 그 중 사진에 보이는 한 마리는 많이 아파보였다. 꼬리도 닳았다. 괜히 마음이 더 가는 친구다. 일주일동안 밥도 먹지 않고 가만히 있다니 이제는 조금씩 움직이며 밥도 먹기 시작한다. 첫 일주일이 고비라고 했는데 잘 넘긴 듯 보인다. 수조에 있는 모든 생물들이 한 가족처럼 잘 지내길 바란다.
 

누구나 만들 수 있다

 

우리는 인터넷에 아쿠아리움 관련 정보가 넘쳐나고, 필요한 재료들을 손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시대에 살고있다. 누구나 자신만의 수초 어항을 꾸밀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.
 
수초와 물고기 뿐만이 아니라, 나 또한 아쿠아리움을 경험하면서 느꼈던 모든 것들이 내 삶에 자양분이 되어 잘 자랄 수 있길 바란다. 그리고 이 모든 과정과 그 결과가 나의 젊은 시절 또 하나의 좋은 추억으로 남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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